Poet
11월 - 오세영
센티멘탈 쵸이
2013. 11. 11. 23:11
11월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제 있을 잎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상강(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인동(忍冬),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몸을 눕힐 때 오히려 하늘을 향해 선다.
해를 받든다.
오 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