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오래된 편지 - 안만식
센티멘탈 쵸이
2015. 5. 20. 23:11
오래된 편지
당신의 편지
해 질 녘에 도착했습니다.
한때의 햇살과
한 시절의 그리움이 있어
아직도 따뜻했습니다.
나는 쉬 봉투를 뜯지 못하고
꼭꼭 눌러쓴 이름이며
당신이 계신 자리에
오래 눈길 머물렀습니다.
어느새 멀리 와 버린
시간의 강을 거슬러
길 위에서 서성인
당신의 마음도 읽었습니다.
봉투를 조금만 열어도
꽃을 숨긴 씨앗 몇
혹은 당신의 숨결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까
침묵으로 가슴앓이 된
끊어진 말들을 이으며
사는 일 하나하나가
버리고 비워 가는 일인가
그래서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제 몸을 물들이고
한풀 가벼워진
잎사귀 한 장 같은
당신의 편지
가슴의 못 뽑는 아픔으로 읽은들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을
어찌할 것인가
끝내 봉투를 열지 못하고
가슴 안에 남았습니다.
안 만 식
♪Pastorale - Secret Ga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