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배 생각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니, 오늘 외박하나?
-아뇨, 오늘은 집에서 잘 건데요.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야야, 어디 가노?
-예……. 바람 좀 쐬려고요.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안 상 학
'Poe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적을 기다리며 - 이외수 (0) | 2011.05.18 |
---|---|
비오는 거리 - 김기만 (0) | 2011.05.10 |
어린 시절이 기억나지 않는다 - 김기택 (0) | 2011.05.05 |
오월 - 피천득 (0) | 2011.05.04 |
수선화에게 - 정호승 (0) | 2011.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