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 적 없다
다시 같은 자리에 돋는 새잎이란 없다.
이미 새잎이 아니지.
낮선 자리 비켜서
옛 흉터를 바라보며 지우며 새잎은 핀다.
이전의 사랑은 상처이거나 흉터다.
이후의 사랑도 그러할 것이므로
사랑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조금 비켜서
덤덤히 바라볼 수 있는 눈빛으로
나무의 새순은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싹튼다.
제 형체와 빛깔과 향기를
지우고, 지고 부정하고 배반하고
새잎은 비로소 새잎이다.
내 너를 사랑한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사랑한 적 없다.
오늘은 내 어느 부위에 상처를 남겨두랴.
엄살 피우지 말자.
남은 날 가운데 가장 새것이어서
우리 세포는 너무 성하다.
흉터 따위를 기억하는 것은 사랑도 아니다.
지금 네가 마지막 첫사랑이다.
복 효 근
♪Revolution - Nathalie Man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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