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잊었는가 우리가 - 류시화

센티멘탈 쵸이 2014. 10. 18. 23:16

 

 

잊었는가 우리가 
                   

 

 

 
잊었는가 우리가 손잡고
나무들 사이를 걸어간 그 저녁의 일을
우리 등 뒤에서 한숨지며 스러지던
그 황혼의 일을
나무에서 나무에게로 우리 사랑의 말 전하던
그 저녁새들의 일을


잊었는가 우리가 숨죽이고
앉아서 은자처럼 바라보던 그 강의 일을
그 강에 저물던 세상의 불빛들을
잊지 않았겠지 밤에 우리를 내려다보던
큰곰별자리의 일을, 그 약속들을
별에서 별에게로 은밀한 말 전하던
그 별똥별의 일을

곧 추운 날들이 시작되라라
사랑은 끝나고 사랑의 말이 유행하리라
곧 추운 날들이 와서
별들이 떨어지리라
별들이 떨어져 심장에 박히리라

 

 

 

 

  류 시 화

'Poe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뜨거운 물잔 - 정난희  (0) 2014.10.31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정채봉  (0) 2014.10.19
그대를 기다리는 동안 - 김용택  (0) 2014.10.13
갈증 - 나희덕  (0) 2014.10.09
물안개 - 류시화   (0) 201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