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혼자 가는 여행 - 김재진

센티멘탈 쵸이 2015. 10. 18. 00:39

 

 

혼자 가는 여행

 

 

 

 

 

          

가을에는 모든 것 다 용서하자
기다리는 마음 외면한 채
가고는 오지 않는 사람을
생각하지 말고 그만 잊어버리자
가을의 불붙는 몸에 이끌려
훨훨 벗고 산 속으로 가는 사람을
못 본 척 그대로 떠나보내자

가을과 겨울이 몸을 바꾸는
텅 빈 들판의 바람소리 밟으며
가을에는
빈손으로 길을 나서자
따뜻한 사람보다 많은 냉정한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미운 사람들을
한꺼번에 모두 잊어버리자
한 알의 포도 알이 술로 익듯
살아갈수록 맛을 내는 친구를 떠올리며
강처럼 깊어지자

살아가며 우리가 만나야 했던 미소와 눈물
혼자 있던 외로움 하나하나 배낭에 챙겨 넣고
가을에는
함께 가는 이 없어도 좋은
여행을 떠나자.

 

 

 

 김 재 진

 

 

 

 


 

♪Down By The Sally Garden - Phil Cou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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