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Red Devils'10

대표팀 숙소에선 지금...

센티멘탈 쵸이 2010. 6. 17. 01:21

 

 

대표팀 숙소에선 지금…

오늘 오후 8시30분 아르헨티나와의 B조 2차전을 앞둔 한국축구 대표선수들은

어깨를 짓누르는 중압감과 긴장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주위의 걱정과 달리 선수들은 친형제 이상으로 우애 있게,

가끔은 ‘봉숭아 학당’ 같은 폭소 속에서 ‘유쾌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분위기 메이커 차두리·이정수

요즘 네티즌 사이에서 '차바타' '차미네이터'로 인기 폭발인 차두리(30)는 '알까기 마니아'이다.

 수시로 후배들에게 알까기 한 판을 하자고 조른다.

머리를 빡빡 깎은 큰 덩치의 차두리가 바둑판에 엎드려 진지하게 알을 튕기는 모습에 동료는 킥킥댄다.

1만원 내기 족구시합도 차두리는 무척 즐긴다.

 

 

이영표… '수비탁구'로 내기 싹쓸이

또 다른 '내기의 달인'은 이영표(33)다.

휴식시간에 내기 탁구가 인기인데, 이영표는 수비총책답게 수비 탁구로 늘 몇 만원을 챙긴다.

 중앙 수비수 조용형(27)도 내기 탁구에 일가견이 있다.

기성용(21)은 팀의 먼 거리 프리킥을 전담하는 정확한 슈팅을 자랑하지만,

골포스트 맞히기 내기에선 최대 피해자이다.

이승렬(21) 김보경(21) 등 막내 선수들에게 져 간식을 사줄 때가 잦다.


이동국… 과묵? 아니, 만담가!

한국팀의 최고 분위기 메이커는 측면 수비수 김동진(28)이다.

강인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수다쟁이로 통한다.

'농담 퍼레이드'로 식사시간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김동진의 '천적(天敵)'은 오범석(26)이다.

오범석은 울산현대에서 함께 뛰는 김동진의 3년 후배지만 스스럼없이 장난을 건다.

 대표팀 이동 때 김동진의 가방이 자주 없어지는데 범인은 주로 오범석이다.

그리스전 첫 골의 주인공인 이정수는 어눌한 듯하면서 툭툭 내뱉는 말이 선수들의 배꼽을 잡게 해 '개그맨'으로 불린다.

 이동국(31)도 잘 생긴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만담가'라는 별명을 가졌다.

 팀 막내 이승렬은 "동국이 형 옆에 앉아 밥을 먹으면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과묵형 김남일·안정환, 수다맨 이운재

김남일(33)과 안정환(34)은 후배들로부터 '과묵 2인방'으로 불린다.

 김보경은 "남일이 형과는 대표팀에서 함께 한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아직 한 마디도 못 해봤다"고 했다.

하지만 라커룸에서 비장한 형제애를 띄우는 주인공은 김남일이다.

그는 그리스전을 앞둔 라커룸에서 베스트11 선수들을 일일이 포옹하며 "후회 없이 싸우자"고 격려했고,

 후배 정성룡(25)에게 골키퍼 장갑을 넘겨준 맏형 이운재(37)를 위로하기도 했다.

말수가 적은 안정환도 후배들은 따뜻하게 챙긴다.

 막내인 김보경·이승렬 등이 안정환을 '형'으로 부르면,

 "형이라니, 삼촌이라고 불러" 하는 농담으로 주위를 웃긴다.



이운재… 후배들 벌벌떠는 군기반장

대 표팀 군기반장은 이운재이다.

"운재 형의 호통을 듣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든다"는 것이 후배들의 얘기이다.

목소리도 엄청 크고 수비수 이름을 부르며 "좁혀" "나가" "벌려" 등 쉴 새 없이 소리를 지른다.

평소에도 수다가 많은 편이다.

이운재는 "2002년 땐 수비위치를 지정할 때 홍명보, 최진철 등 형들에게도 반말해 미안했는데,

 지금은 다 후배라서 편하다"고 했다.

미드필더 김정우(28)는 '순둥이'다.

"정우 형은 너무 착해 심부름도 시키는 법이 없다"고 후배들은 말한다.



박지성… 후배 의견 묻는 세심한 선배

후배들이 꼽는 '가장 믿음직하고 자상한 선배'는 '캡틴'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훈련이 끝나면 후배들에게 "오늘 슈팅은 어땠냐" "컨디션은 좋으냐" 등을 세심하게 물어본다.

이승렬은 "지성이 형은 스케줄을 조정할 때 막내인 내게도 의견을 물어보고 감독님에게 건의하는 스타일"이라고 신뢰감을 보였다.

버스 안에서 빠른 댄스 음악을 틀고, 먼저 장난을 걸며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박지성이 만든 변화이다.

그리스전 승리 후 후배들이 "지성 형은 오른발잡이면서 꼭 중요한 골은 왼발로 넣더라"고 하자,

박지성은 "그게 바로 능력"이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오범석의 개그에 빵터진 기성용..

웃다가 음료수를 쏟아낸다

옆에 있던 차두리, 이정수, 정성룡선수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루스 텐버그(남아공)=장민석 기자 jordantic@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