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비 오는 날의 연가 - 강영은

센티멘탈 쵸이 2010. 8. 26. 02:15

 

 

 

비 오는 날의 연가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웅덩이 위에 고이는 가벼움으로

누군가에게 물결져 갈 때

바람에 부딪혀

동그란 평온이 흔들리고

비스듬히 꽂힐지 모르겠지만

문득, 그렇게 부딪히고 싶다.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를 만나고 싶다.

창문을 두둘기는 간절함으로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를 때

바람에 흩날려

흐르던 노래가 지워지고

희미하게 얼룩질지 모르겠지만

한순간, 그렇게 젖어들고 싶다.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로 남고 싶다.

가두거나 가볍게 굴릴 수 없는

투명한 세계

나무의 나이테처럼 옹이지거나

수갑 채우지는 않겠다.

 

 

컵이나 주전자에

자유롭게 담기는 사유의 기쁨으로

빗방울 같은 내가

빗방울 같은 너에게

다만, 그렇게 담겨지고 싶다

 

 

 

 

 

 

강 영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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