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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사랑 - 이성선

센티멘탈 쵸이 2013. 3. 9. 00:35

식물성 사랑

 

 

 



나무는
가까이 서 있는 두 나무는
서로에게 팔을 뻗어도

껴안지는 않습니다.


닿을 듯 가까이
알맞은 거리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기뻐할 뿐
팔을 뻗어 힘껏 잡지는 않습니다.

 


서로에게 귀를 기울여
땅에 그림자 나란히 드리우고
하늘 아래 걸어갑니다.


그대 가슴으로 팔을 깊이 뻗는다는 것은
그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


그대를 두 팔로 껴안는다는 것은
그대를 품속에 두고

태양빛을 가리는 일.


땅 속으로 깊고 은밀히
영혼의 뿌리를 얽고
강물처럼 속삭이며 흘러 별까지


서로를 마음으로만 가지는 나무
서로를 눈으로만 가지는 두 나무

 

 

 

 

 

이 성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