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소풍 - 황경신

센티멘탈 쵸이 2015. 10. 1. 23:32

 

 

 

소풍

 


 

 

 

 

 

 

조그마한 소시지에 칼집을 내어 꼬마 문어를 만들면 소풍이야.
따뜻한 우유를 휘저어 거품을 내고 갓 뽑은 커피를 부은 다음에 계피가루를 뿌리면 소풍이야.

걸음을 멈추고 꽃봉오리 들여다보면 소풍이야.

 

꽃봉오리에 잠시 머물러 있던 노랑나비 팔랑팔랑 날아가면 소풍이야.
당신을 만나려고 작정했던 날,

길이 어긋나고 마음이 어긋나서 눈시울이 슬쩍 붉어졌어도,

기억나는 노래가 있다면 소풍이야.

 

든 것이 조금씩 헝클어지고 기울어져서, 비틀거리고 넘어지면 소풍이야.

너무 멀리까지 와버린 건 아닐까 걱정이 들어도,

고요한 한숨에 바람이 어른거리면 소풍이야.

 

그래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면 소풍이야.
쉬엄쉬엄 가다가 작은 달을 만나는 일, 노닐고 거닐고 날리는 일,

해지고 닳는 일, 소식을 듣고 안부를 전하는 일, 거리낌 없이 떠도는 일,

그러다 헤아려 생각하니 어디선가 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는 일이 소풍이야.

바람에 마음을 풀어두면, 그게 소풍이야.

 

 

 

 

 

 

황 경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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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의 사랑스런 그녀 - 과속스캔들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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