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11월의 나무 - 도종환

센티멘탈 쵸이 2015. 11. 22. 01:59

 

 

 

 

 

               11월의 나무

 

 

 

 

 

십일월도 하순 해 지고 날 점점 어두워질

비탈에 선 나무들은 스산하다

그러나 잃을 것 다 잃고

버릴 것 다 버린 나무들이

맨몸으로 허공에 그리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건 이 무렵이다

거기다 철 이른 눈이라도 내려

허리 휘어진 나무들의 모습은 숙연하다

이제 거둘 건 겨자씨만큼도 없고

오직 견딜 일만 남았는데

사방팔방 수묵화 아닌 곳 없는 건 이 때다

알몸으로 맞서는 처절한 날들의 시작이

서늘하고 탁 트인 그림이 되는 건

 

 

 

도 종 환

 

 

 

♪Love Theme - Andre Gag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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