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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은 눈물 속으로 - 이외수

센티멘탈 쵸이 2010. 2. 18. 01:37

 

 

더 깊은 눈물 속으로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방울

 

그 때의 순수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울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이 외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