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센티멘탈 쵸이 2010. 2. 19. 00:59

벗 하나 있었으면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살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을 때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도 종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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