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여름 엽서 - 이외수

센티멘탈 쵸이 2010. 6. 30. 00:40

 

여름 엽서

 

 

오늘같은 날은

문득 사는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동안 하늘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도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 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 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 만한 엽서 한장

 

그 속에 보고싶다는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만으로도
내 뼛속 가득

 떠오르는 해

 

 

 

 

 

 이 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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