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가을 노트 - 문정희

센티멘탈 쵸이 2010. 9. 15. 02:56

 

가을 노트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 잎 두 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녁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 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문 정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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