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노트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 잎 두 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녁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 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문 정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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