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나선형 저녁 - 정용화

센티멘탈 쵸이 2014. 9. 9. 23:55

 

나선형 저녁

 

 

 

 

아침이 달려드는 것이라면

저녁은 천천히 스며드는 것이다

하루가 다 지난 공원에

의자가 둥글어질 때까지

오래도록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눅눅해진 소리들이 내게로 흘러들어온다

 

길 위에 낙엽들이 뒹군다

몸이 놓쳐버린 마음일까

제대로 푸르러 보지도 못했던 고백들

황홀하게 침식하는 방식으로

슬픔도 오래되면 권태를 닮아간다

 

다독일수록 어긋나는 것들이 있다

어둠 속에서 딱딱하게 굳어가는 더듬이로

우리는 무엇을 해석해낼 수 있을까

 

쉽게 건널 수 있는 마지막은 없다

나선형의 길 끝에 심장 하나 묻어두고

기억만 남아있는 저녁이

어둠 속으로 천천히 번져가고 있다

 


 

정 용 화

 

 

 

Tomorrow's Promise -  Kevin K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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