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형 저녁
아침이 달려드는 것이라면
저녁은 천천히 스며드는 것이다
하루가 다 지난 공원에
의자가 둥글어질 때까지
오래도록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눅눅해진 소리들이 내게로 흘러들어온다
길 위에 낙엽들이 뒹군다
몸이 놓쳐버린 마음일까
제대로 푸르러 보지도 못했던 고백들
황홀하게 침식하는 방식으로
슬픔도 오래되면 권태를 닮아간다
다독일수록 어긋나는 것들이 있다
어둠 속에서 딱딱하게 굳어가는 더듬이로
우리는 무엇을 해석해낼 수 있을까
쉽게 건널 수 있는 마지막은 없다
나선형의 길 끝에 심장 하나 묻어두고
기억만 남아있는 저녁이
어둠 속으로 천천히 번져가고 있다
정 용 화
♪Tomorrow's Promise - Kevin K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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