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성탄절 가까운 - 신경림

센티멘탈 쵸이 2014. 12. 17. 23:24

 

성탄절 가까운

 

 

 

 

 

 

살아오면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얻었나보다

가슴과 등과 팔에 새겨진

이 현란한 무늬들이 제법 휘황한 걸 보니

하지만 나는 답답해온다 이내

몸에 걸친 화려한 옷과 값진 장신구들이 무거워지면서

 

마룻장 밑에 감추어 놓았던

갖가지 색깔의 사금파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교정의 플라타너스 나무에

무딘 주머니칼로 새겨넣은 내 이름은 남아 있을까

성탄절 가까운

교회에서 들리는 풍금소리가

노을에 감기는 저녁

살아오면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버렸나보다

 

 

 

신경림

 

 

♪The First Noel 오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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