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센티멘탈 쵸이 2015. 7. 26. 23:36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 형 도

 

 

 

♪Blue Waters - Ernesto Cortaz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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