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나를 깨운다
슬픔은 분명 과로하고 있다
소리없이 나를 흔들고 깨어나는 나를 지켜보는 슬픔은
공손히 읍하고 온종일 나를 떠나지 않는다
슬픔은 잠시 나를 그대로 누워 있게 하고
어제와 그제 그끄제 그 전날의 일들을 노래해준다
슬픔은 책을 펼쳐주고 전화를 받아주고 세숫물을 데워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식사를 하시지 않겠냐고 권한다
나는 슬픔이 해주는 밥을 먹고 싶지 않다
내가 외출울 할 때도 따라나서는 슬픔이
어느 결엔가 눈에 띄지 않기도 하지만
내 방을 향하여 한 발 한 발 돌아갈 때
나는 그곳에서 슬픔이
방 안 가득히 웅크리고 곱다랗게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황 인 숙
♪Ständchen - Franz Peter Schu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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