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존재하지 않았다 - 김재진

센티멘탈 쵸이 2016. 10. 26. 23:19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흔들린다
한 마리 나비의 날개짓에도 휘청거리는 나는
가는 비에 온몸 젖는다.
한때는 시작이 있는 만큼
끝 또한 있으리라 생각했던 삶
나는 이제 그 속에
아무 것도 분명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설령 내 몸이 병을 만나 해체된다 해도
남는 것은 한때 내가 지상을
스쳐갔다는 사실 하나.
그것조차 분명한 건 아니다.
존재란 그 자체가 이미 그림자일 뿐
한때 내게 안겼던 몸의
따뜻한 체온 또한 그림자일 뿐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에도 휘청거리는 나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김 재 진


 

 

'Poe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세월이 있었다 - 최승자   (0) 2016.12.09
눈물 - 김용택  (0) 2016.10.29
패배에게 - 박창기  (0) 2016.10.16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 백창우  (0) 2016.10.09
나의 싸움 - 신현림  (0) 201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