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속으로
2010
감독 이재한
출연 ; 차승원, 권상우, T.O.P, 김승우
1950. 06월..
북한은 한반도 통일을 명분으로 내세워 전쟁을 감행한다.
탱크까지 앞세운 인민군의 파상공세에 국군은 무참하게 쓰러져간다.
그곳에는 오장범(T.O.P)이 있다.
얼마 전에 어머니에게 큰 절하고 트럭타고 전선에 투입된 학도병이다.
총을 쏘아본 적도, 북한 사람을 본적도 없는 그의 눈앞에서 포탄이 사방에서 터지고
국군들의 사지가 찢겨나가는 장면을 목격한다.
총을 단 한발도 제대로 쏘아보지 못했지만 살아남은 그는 포항의 한 학교로 이동한다.
트럭에 실려 온 71명의 학도병에게 총 한 자루와 총알 250발을 나눠주고는
‘정식’ 군인들은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낙동강 전선으로 모두 이동한다.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초짜, 학도병 71명뿐.
매 순간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고,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을 헤매야 하는 참혹한 전쟁터에 내던져진 학도병 장범.
학도병들 중 유일하게 진짜 전쟁을 경험한 그는, 국군이 떠난 포항을 지켜야 하는
학도병을 이끄는 중대장으로 임명된다.
하지만 골목대장 조차 한번 해 본적 없을 정도로 모범생이었던
그에게 전투를 이끌어야 하는 임무는 무겁기만 하다.
그에게는 자신을 위해 목숨을 던진 아군의 죽음도,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눈
적군의 죽음도 하나같이 가혹한 운명으로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훈련도, 전투 경험도, 충분한 무기도 없이 적의 공격을 기다리고만 있는
다른 학도병들 앞에서 두려운 내색조차 할 수 없는 어린 중대장..
국가의 안위가 걱정되는 국군 강석대 대위(김승우)는
포항의 운명을 이들 어린 영혼에게 맡겨놓고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한다.
“학도병은 군인인가 아닌가?”고 자탄하며...
살인미수로 소년원에 끌려갈 처지가 되자 대신 전쟁터에서 싸우겠다며
학도병으로 자원 입대한 한 무리의 청년들.
그 무리 속에, 푹 눌러쓴 모자 아래 날카로운 눈빛을 감춘 갑조(권상우)가 있다.
북한군에게 부모를 잃고 복수를 위해 신분을 속여 학도병으로 전쟁에 자원한 갑조.
거리에서 거칠게 살아 온 그는 총 한번 쏴 본적 없지만 능수능란하게 칼을 다루며
단숨에 포항에 남겨진 어린 학도병들을 제압한다.
멀리서 들려오는 포탄 소리와 아무도 자신들을 지켜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두려움에 떠는 다른 학도병들과는 달리, 전쟁을 향한 두려움 따윈 없는 그는
오직 북한군을 향한 분노로 가득 차있다.
“지금부터 이곳은 학도병 제군들이 맡는다. 우리 3사단은 낙동강전선에 투입된다.”
“우리보고 여를 지키라는 겁니까? 우리끼리만요?”
총알 한 발씩을 쏴보는 것으로 사격 훈련을 마친 71명의 소년들은
군인들이 모두 떠난 포항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 채
석대의 부대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부산은 이 박무랑이가 제일 먼저 접수합네다. 766은 포항으로 진격한다!”
영덕을 초토화 시킨 북한군 진격대장 박무랑(차승원)이 이끄는 인민군 766 유격대는
낙동강으로 향하라는 당의 지시를 무시하고 비밀리에 포항으로 방향을 튼다.
영덕에서 포항을 거쳐 최단 시간 내에 최후의 목적지인 부산을 함락시키겠다는 전략.
박무랑의 부대는 삽시간에 포항에 입성한다.
박무랑은 포항에 군인들 없이 학도병만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는 자신만만하게도 무장을 해제한 채, 학도병이 있는 포항여중으로 향한다.
그리곤 학도병들에게 명령에 가까운 충고를 하는 것이다.
"우리 부대는 정확히 두시간 후인 12시 정각
이곳을 공격 점령할 예정이오.
만약 게양대 위에 백기를 걸고 투항한다면, 모두 살려줄것이오.
너희 학생 동무들에게 이런 은혜를 베푸는것은 동무들 모두가 미제 승냥이들과
이승만 앞잡이들의 총알받이로 여기 나와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오.
12시에...
여기서 다시 만납세다. "
그러나 오장범을 비롯한 학도병들은 그에 굴하지 않고 전투를 다짐한다.
"강석대 대위가 오고있다.
우리는 앞으로 한시간만 버티면, 된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싸우자!
싸우자!
국군이 지금 우릴 도우러 오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학도병들이 대적하기에 인민군의 무기와 숫자는 가공할 위력을 뿜어냈다.
학도병들이 막아놓은 차단막과 교실 창문을 통해 총격전이 계속 된다.
함께 싸우던 친구들이 하나 둘 스러져가고..
장범과 갑조는 학교 옥상까지 피신하기에 이른다.
마지막 남은 3인, 장범, 갑조, 무랑...
셋은 서로 총을 겨누는데...
갑조는 무랑의 손에 의해 장렬히 전사한다.
부상을 입은 무랑이 역시 중상을 입은 장범을 쏘려는 찰나,
국군이 들이닥치고 무랑은 석대가 쏜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죽는다.
석대는 장범에게 달려가 보지만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
눈에 가득 눈물이 고인 채로 장범은 나라를 위해 꽃다운 청춘을 바치고 생을 마감한다.
1950년 8월 10일 쾌청
어머니, 전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두고 10명은 될 것입니다.
나는 네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나의 고막을 찢어 버렸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귓속에는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라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니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이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71명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 주시던 백옥같이 청결한 내복과 내가 빨아 입은 내복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 입으며 왜 수의를 생각해 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 입히는 수의 말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 모릅니다.
저는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 갈 것 같지는 않으니깐 말입니다.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거 가겠습니다.
어머니,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이 되는군요.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니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그럼....
- 포항여중 전투에서 전사한 이근우 학도병의 일기 -
영화 <포화속으로>는 6.25 한국 전쟁 당시 낙동강과 포항 일대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처절한 전투를 그린 전쟁 실화이다.
전쟁 시작 3일만에 서울을 함락시킨 북한군은
엄청난 화력과 병력을 앞세워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왔고,
남한의 마지막 대동맥 낙동강 지지선에 모든 전력을 집중시켜야 했던 남한군은
포항을 71명의 학도병에게 맡기고 떠난다.
1950년 8월 11일 새벽,
사격 훈련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71명의 학도병들은 포항을 기습한 북한국 766 유격부대에 맞서
11시간 반 동안 기적과도 같은 혈전을 펼쳤고,
그 결과 북한군 60여명이 사망하고, 학도병 49명이 꽃다운 생명을 잃었다.
71명의 학도병이 북한군의 남침을 11시간 반에 걸쳐 지연시킨 이 전투로
20만명이 넘는 피난민이 형산강 이남으로 피신할 수있었으며,
이어진 국군과 연합군의 반격에 크게 기여했다.
1950년 8월 11일, 포항 전투에서 싸우다 숨진
故이우근 학도병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한장의 편지가
<포화속으로>의 시작점이 되었다.
당시 이우근 학도병은 중학교 3학년, 열 여섯 살이었다
이 일기는 읽기 힘들만큼 피에 얼룩진 채로 발견되었고,
여장군 정훈장교에 의해 옮겨 졌는데
안타깝게도 그의 어머니 또한 전쟁 중에 목숨을 잃어
아들이 일기에 적은 편지를 못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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