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오늘 하루 - 안도현

센티멘탈 쵸이 2010. 6. 3. 23:53

 

오늘 하루

 

 

 

 

 

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을 접하였지만

 

그것으로 생각이 깊어지지  않았고

 

책 한 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 오래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지만

 

만나서 오래 기쁜 사람보다는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나는 또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을 것인가

 

미워하는 마음은 많았으나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작아지고

 

분노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이해하는 말들은 줄어들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모르게 거칠어지는 내 언어만큼 거칠어져 있는 마음이

 

골목을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덜컹거렸다

 

단 하루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오늘도 혁명의 미래를 꿈꾸었구나

 

 

 

 

 

안 도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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