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후회에 대해 적다 - 허연

센티멘탈 쵸이 2016. 8. 8. 23:15



후회에 대해 적다







"혼자 아프니까 서럽다"는 낡은 문자를 받고,
남은 술을 벌컥이다가 덜자란 개들의 주검이 널려있는 추적추적한 거리를 걸었다.
위성도시 오일장은 비릿했다.

떠올려보면 세월은 더디게 갔다.
지금은 사라진 하숙촌에서 나비떼 같은 사랑을 했었고, 
누군가의 얼굴이 자동차 앞 유리창에 가득할 때도 그게 끝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아득해지지 않았으니 세월은 너무 더디다.

이제 어떡해야 하는 거지.

아득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 가해자가 되어 문자로 답을 보냈다.
지금에 와서 나를 울린 건 사랑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었을 뿐.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비를 피해 은하 열차처럼 환한 전철 속으로 뛰어들었고,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바짓단이 다 젖도록 거리에 서 있었다.




허 연











 

When The Love Falls - Yiru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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